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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세이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서평 : 불행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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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J1104 2022. 4. 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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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세이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표지 이미지 / 자료 = 미우

[작품 정보]

작가: 키쿠치 마리코(菊池真理子)
제목: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酔うと化け物になる父がつらい)
출판사: 미우
한국어판 출판여부: 출판됨
완결여부: 1권 완결
장르: 일본책, 만화책, 에세이
기타: 영화화

[서울 = 일본문화신문] 박하나 칼럼니스트 =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해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까. 신흥종교에 빠진 엄마, 매일 술에 취해 귀가하는 아빠. 음주운전에 폭행과 욕은 기본이요, 술 때문에 집까지 태울 뻔한다. 엄마가 자살하고 난 뒤에도 아버지의 술 주정은 변함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술을 주지 말라고 말해도 어른이 술 마시는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주인공을 이상하게 본다. 네가 이상하니까 아빠가 제정신이 아닌 거라고 말한다.

“왜 이렇게 싫은 사람이 부모인 걸까. 싫어하고 싶지 않은데 너무 미워서 괴롭다고는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다. (p97)”

책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는 신흥종교에 빠진 엄마와 술주정뱅이 아빠 밑에서 자란 저자가 본인이 겪었던 일을 솔직하게 그려낸 만화책이다. 무책임한 부모의 정신적 육체적 폭행 속에서 저자는 ‘왜 이렇게 싫은 사람이 부모인 걸까’ 고민한다.

심리학에 ‘학습성 무기력’이라는 말이 있다. 실험용 쥐에게 불규칙적으로 전기를 흘려보내면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하지만, 그 충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쥐는 도망치지 않고 견디려고만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학습성 무기력’ 상태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인의 모습을 떠올린다.

책은 ‘가족’이라는 말에 담긴 모순과 ‘역기능 가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어릴 때부터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가정 속에서 자란 주인공은 폭행과 주정을 일삼는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가만히 참는다. 언제든 집에서 나갈 수 있었음에도 집에서 나가지 않았고, 아빠와 계속 같이 살았다고 저자는 책 속에서 말한다. 그런 주인공의 모습에서 ‘가족’이란 단어에 담긴 모순을 느낄 수 있다. 정말 미운 사람이고 한 번은 집을 태우고 또 한 번은 주인공의 목까지 졸랐던 사람이지만, 가족이란 밉다고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관계인 것이다.

이 책에는 차마 남에게는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들과 아무리 호소해도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았던 주변 환경 속에서 저자가 느꼈던 것들이 응축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역기능 가정’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저 저자가 역기능 가정이라는 환경 속에서 겪었던 일들을 그린 일종의 기록이며 경험담이지만 ‘상처의 기록’은 상처의 기록만으로 의미가 있다. 가족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 작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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